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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작가 특별 기획전 AlifGa
기간/ 2010.10.22(금) 10:00 ~ 2010.11.21(일) 17:00
장소/ 경기창작센터 중앙동 상설전시장, 중앙동 지하, 전시동 2F전시장

백기영(경기창작센터 학예팀장)

 

개관 1주년을 맞이하는 경기창작센터는 한국.아랍소사이어티와의 아랍권 예술가 체류 프로그램을 합의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과 아랍지역 22개 국가 간 교역 및 건설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의 지속적인 증가와 에너지 협력사업의 필요성의 증가로 인해 경제 분야에서부터 시작된 국제 협력 사업이 문화 사업으로 확대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제 2의 중동경제 붐이라는 경제적 요인과 함께 한국과의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아랍국가들 간의 상호교류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한국.아랍소사이어티 국제교류 프로그램의 입주작가로 선정된 작가들은 튀니지 출신의 사나 탐지니와 야세르 제라디 그리고 레바논에서 온 나일라 다바지와 지아드 비타 이렇게 4명의 작가들이다.

전시제목 "알리프가(ALifGa)"는 아랍어의 첫 글자 "Alif"와 한글의 첫글자"Ga"를 합성한 제목이다. 아랍어는 BC 1세기에서 AD 6세기 사이 아라비아 반도 북구 오아시스 비문에서 발견된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인데, 아랍어는 매우 표현력이 뛰어난 언어로서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의 언어이며, 마호메트의 출현 이후 현재까지 문학의 언어로서 사용되는 아라비아 반도의 귀중한 문화적 유산이다. 알리프 함자(alif-hamzah)를 포함하면 총 29개의 글자로 이루어진 아랍어에서 "알리프(alif)" 첫 글자로 숨을 막았다 터트리는 식으로 발음하여야 한다. 반면, 1443년에 세종대왕에 의해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한글은 자음 19개, 모음 21개를 합쳐 총 40개로 초성, 중성, 종성으로 삼분하여 언어를 구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글의 "가"는 혀가 입천장에 닿는 모양을 따라 만든 자음"ㄱ"과 모음"ㅏ"가 만나 이루어진 한글의 첫 글자 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언어가 만나 한 단어를 이룬 이 전시의 제목 "알리프가(ALifGa)"은 사뭇 어색하다. 이 제목은 아랍어로도 한국어도로 해석될 수 없는 애매한 '부조리(absurd) 언어'에 불과하다. 언어권을 구분으로 한 이번 전시는 제목으로부터 유추해 보건대, 아주 기초 단계의 문화교류를 상징적으로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간 한국에서 아랍권 국가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는 많지 않았다. 대규모 국제전에 간간이 개별적으로 아랍권 작가들의 이름을 확인 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 면에서 이번 경기창작센터의 아랍작가 특별초대전은 매우 의미 깊은 교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 작가들의 작업을 살펴보면 대략 아래와 같다.

사나 탐지니(Sana Tamzini)는 대부도의 농부와 그들의 땅과 생산물에 관한 것을 주제로 설치작업과 영상작업을 진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대부도에는 포도가 대표적인 농산물이다. 사나 탐지니는 이런 대부도의 일상적인 공간에 포도수확이 끝나고 가을 햇살에 서서히 말라가고 있는 포도 넝쿨 사이에 작은 램프들을 설치한다. 이 공간에서 램프들은 때로는 지역특산물인 포도에 대한 상징으로 때로는 밤에만 등장하는 신비스러운 세계를 밝히는 여명과 같이 일상적인 공간을 변화시킨다. 작가에게 빛과 시간은 하나의 물질로서 존재한다. 빛과 시간 그리고 땅은 이 지역에 대한 사건으로 물질적인 공간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또 다른 튀니지 작가 야세르 제라디(Yasser Jeradi)는 아랍어를 기반으로 캘리그라피(서예)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무아라 카트(Mu'allaq? : 시를 적은 종이와 같은 재료를 공중에 ‘거는’ 도구 혹은 그 상태(명사). 걸쇠/족자 봉/걸려있는 시)는 이슬람교가 탄생하기 전(6세기)에서부터 내려오는 일곱 편의 긴 아랍어 시 묶음이다. 무아라카트는 아랍권의 무슬림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 있는 Ka'ba(성스러운 예배당/아부라함=이슬람 종교의 뿌리/아버지가 있는 곳)의 위나 안에 매달려 있거나 걸려 있는 시를 일컫는다. 야세르 제라디는 아랍어 칼리그라피로 쓴 시 한편을 소개한다. 시의 주제는 사랑, 전쟁, 죽음과 같이 종교 이전에 자유로운 사상가의 영감에서 흘러나왔던 음유시인의 철학적인 문학 언어가 담겨있다.

그리고 레바논에서 온 나일라 다바지와 지아드 비타(Nayla Dabaji & Ziad Bitar)는 한국의 공공디자인과 도시의 심볼 로고, 시각적 정체성에 대해 연구한다. 전 세계 여러 대도시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도시들은 대표적인 도시 슬로건과 엠블렘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도시의 일반 시민들과는 상관없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의지로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브라보 안산'은 안산시의 슬로건이며, 안산시 단원구로 분류되는 대부도에도 안산시의 엠블렘은 설치되어 있다. 나일라와 지아드는 이와 같은 지자체의 '시각적 정체성 정치(visual identity politic)'를 주목한다. 이들은 도시의 정체성과 공공 디자인과는 무관해 보이는 선감도의 섬 주민들과 함께 그들의 엠블렘과 공동체에 필요한 슬로건을 디자인 한다.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작가들은 "Alif"라고 했으며, 스탭들은 "Ga"라고 대답했다. 마르쎌 뒤샹(Marcel Duchamp)은 1940년대 그의 언어놀이에서 "Guest+Host=Ghost"라 한 바 있다. 그의 언어놀이는 "주인(Host)의 환대(Hospitality)"는 때로 "손님(Guest)"을 "유령(Ghost)" 취급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새로운 아트 레지던시를 표방하며 문을 연 경기창작센터는 아직도 주인으로서 여러 문화권의 예술가들을 손님으로 환대하는 방식에 서투르다. 손님의 필요를 무시하는 '홀대'와 손님을 무조건 섬김으로 자신을 종의 위치에 있게 하는 '지나친 환대'의 중간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아트 레지던시는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타 문화 학습의 중요한 현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레지던시의 '지나친 환대'는 손님으로서의 예술가를 유령으로 만들 수 있다. "알리프가(ALifGa)"는 경기창작센터의 아랍권 작가교류의 첫 번째 현장이며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이 전시를 가능하게 했던 4명의 작가들과 창작센터의 큐레이터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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