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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VS W.Wild.W
기간/ 2011.06.30(목) 10:00 ~ 2011.07.30(토) 17:00
장소/ 경기창작센터 상설전시장

그들이 사는 세상 the way they are

2011년 3월,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올 연말에는 2,0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거리를 오가며, 차를 타고 이동하며, 혹은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한시도 쉬지 않고 정보를 검색하고 업무를 처리하며 게임을 즐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의 소통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쌍방향 소통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이다.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과 무선 인터넷 인프라의 구축은 우리 일상생활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단말기를 통해 전 세계 누구와도 친구가 되어 실시간으로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정보를 교환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동시에 여가를 즐기는, 다채널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구축된 현실을 살아가는 ‘스마트’한 ‘멀티태스커(multitasker)’들의 세상. 다른 한편에서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온라인화된 환경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뇌의 사고중추인 회백질(gray matter)의 크기가 줄어들어 진짜 현실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무감각한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으로 변화한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그런데, 이것이 한 온라인 저널을 통해 발표되었고, 다시 어떤 온라인 매체를 통해 인용되었으며, 이에 대한 수많은 온라인 사용자들의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는 곳 또한 온라인상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오늘의 현실이다.

현실과 가상이 대립항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의 경계가 모호하고 뒤엉키는 지점, 이곳을 김웅현은 ‘융합현실’이라는 용어로 주목한다. 온라인상에서 찾아낸 ‘정다운’이라는 동일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과 진행한 <多運勞頭(Da-woon-ro-doo)>(2010)의 경우, 온라인 게임으로 획득한 가상의 아이템은 현실의 재화(財貨)로 교환되어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수의 동명이인(同名異人)에게 온라인 송금되고, 이 돈은 다시 우편을 통해 이에 상당하는 물품으로 되돌려 받는데 사용된다. 한편, 이들이 물건을 구입하거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은행을 가거나, 우체국을 가는 등 현실에서 이뤄지는 행위를 증거하는 영수증이나 대기표는 그들이 매일매일 동일한 이름으로 블로그에 올리는 일상적인 글이나 사진과 더불어 동명이인 ‘정다운’들의 궤적을 쫓고,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그들의 정체성을 와해하기도,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구축하기도 한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그 두 세계를 공유하는 작가와 참여자들의 행위는 온라인을 매개로 촉발되어 결국에는 물리적인 실체를 지닌 결과물을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렇듯 현실과 가상이 뒤엉켜있는 ‘융합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다시금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한 사건으로 옮겨가고, 이것은 다시 온라인상에 대리인을 내세워 가상현실에서 불특정다수와 소통하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자신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온라인으로 방송하며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불특정다수와 실시간 소통하는 개인미디어의 형식을 차용한 (2010)에서 작가는 온라인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 현실과 온라인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내세워진 대리인을 통해 온라인으로 소통되는 모든 과정을 현실에서 지시하고 지켜본다. 그리고 이 시선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Man vs. Wild”과 온라인 게임의 주인공(캐릭터)이 보여주는 생존방식인 ‘수렵’과 ‘채집’을 ‘융합현실’에 적용하는 작업 <Man vs. W.Wild.W>(2011)로 다시 재현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오늘날의 현상을 그대로 옮겨내는 것 이면에 존재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면밀하게 관찰하고 정교하게 계획하고 치밀하게 준비하여 대담하게 실행에 옮긴 이 일련의 프로젝트들은 김웅현이 주목하는 ‘융합현실’과는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을까? 그가 이 프로젝트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관찰과 계획, 준비와 실행은 어떠한 태도를 전제로 하는 것일까? ‘융합현실’을 관찰하던 그의 시선을 현실에 구현시킨 것은 어떠한 미술적 언어일까? 계속되는 의구심과 질문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현실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개인이 처한 현실 그 자체, 혹은 도피적 판타지가 아니라, 오랜 고민 속에서 넓고 깊은 보편적 은유로 드러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는 필요불가결한 것임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김웅현의 작업이기에, 그의 값진 시도가 담보하는 미덕은 어떠한 측면에서도 결코 폄하될 수 없다.

독립큐레이터, 경기창작센터 연구레지던시,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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